기행 후기/잘 다녀 왔어요.

반갑다, 잉카! 우리가 만나러 갈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2. 13:27

태양의 아들, 잉카를 만난 날!


잉카를 무지무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우리 화정 역사한인숙 선생님과 함께 잉카 문명전을 찾았어요. 3학년이라고 얕보지 마세요. 우리는 씩씩하게 돌아볼 준비가 됐답니다.



해안가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이라 주로 3000미터나 되는 높은 산지에서 안데스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라마와 알파카를 키우며 살아왔대요. 아, 역시 살기는 우리나라가 최고인 거 같아요.

그래도,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그 땅에서, 안데스 사람들은 지혜롭게 자신들의 문명을 일구고 나라를 세웠어요. 처음 듣는 이름이라 낯설까 봐 선생님은 “준하는 와리 시대” 이런 식으로 우리들에게 한 나라씩 맡겼어요. 그러니까 맨 먼저 차빈과 파라카스, 기원을 전후해 기원후 1000년 무렵까지 모체, 나스카, 티아우아나코가 함께 있었고, 처음으로 와리가 여러 문명을 통일했으며, 잉카 바로 전에는 치무, 그리고 잉카가 강력한 제국을 형성해서 멋진 문화를 이루었다는 거, 그 까이꺼 금세 외웠답니다. 우리 천재 맞죠?


차빈에선 펠리노를 기억해야 해요. 차빈 사람들은 재규어나 퓨마 같은 고양이과 동물을 신처럼 여겼지요. 왜냐고요? 빠르고 용맹하니까, 그리고 하늘에선 콘도르, 땅 속에서 뱀이나 거미를 신성시했어요. 그리고 생각했지요. 세 영역을 대표하는 동물과 사람을 합체하면 어떨까? 그래서 차빈에서 가장 중요한 라이몬디신이 나온 거래요. 인간의 상상력은 신만큼 위대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얼마나 펠리노 모습을 한 신을 우러렀으면 온갖 물건에다 다 펠리노 모습을 새겨 놓았겠어요. 요 작은 절구는 음식이 아니라 주로 코카 잎을 빻던 절구인데요, 역시 펠리노 모습을 하고 있어요.



모체 문명에선 신기한 토기가 많았어요.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토기예요. 누가 여자일까요? 음, 왼쪽 사람은 팬티를 입었고요, 오른쪽 사람의 사타구니를 보면……? 헉, 답이 나오겠지요!^^ 근데 더 신기한 건 이런 토기를 조몰락조몰락 손으로 빚은 것도 물레를 돌리는 것도 아니래요.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거랍니다. 그런데 어쩜, 여우, 재규어, 옥수수 등 뭐든지 실제 모양(상형 토기)과 똑같이 만들었는지 신기!


모체에선 희생 의례도 했어요. 옛날에는 자연 앞에서 사람은 약한 존재일 뿐이니까 신에 잘 보이고 싶었대요. 그래서 깨끗한 동물도 바칠 수 있지만 신이 가장 좋아하는 제물은 가장 용맹한 전사였대요. 그러자 어디선가 “아, 난 훌륭한 전사가 되고 싶지 않아!” 소리가 들리네요.목을 자를 때 쓰는 투미엔 아직 핏자국도 남아 있고 옆에는 피를 담을 잔이 마련되어 있나니…인류의 역사에선 그런 희생이 정말 필요했을까요?


희생마저도 감수하게 할 만큼 위대한 왕이 있었겠지 싶었더니 역시, 서기 300년에 모체엔 시판왕이란 강력한 왕이 있었어요. 1987년, 피라미드 무덤에서 조용히 누워 잠자고 있던 시판왕이 세상에 드러났어요. 황금 장식품이 몸을 감쌌고 펠리노가 새겨진 멋진 금은 홀을 들고 있었지요. 머리엔 투미가 번쩍! 큰 귀걸이 코걸이를 하고 말이죠. 뿐만 아니라 부인들과 아이, 키우던 개까지 함께! 이집트의 파라오만큼이나 강한 왕이었나 봐요. 잉카 이전에 이런 문명이 있었다니 찬탄이 절로 나오네요. 시판왕과 피라미드 맨 아래 누워 있는 늙은 왕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게 매우 안타까울 뿐이에요.


영상 중에선 나스카의 지상회화가 최고였어요. 슥, 붉은 자갈돌이 깔린 사막을 30센티미터 이상 파서 크게 그림을 그렸어요. 하늘에서 봐야 제대로 보이죠.
“자, 이번엔 뭐가 나올까”
“벌새요!”
차례차례 원숭이, 거미 따위가 나타나는 그림을 이름을 보지 않고도 맞힐 수 있었어요. 나스카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예술가들이에요.


“아, 다리 아파요!” 살짝 투정이 쏟아질 무렵 어, 이집트 미라와는 또 다른 안데스 미라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미라를 만들어 천으로 감싸니 마치 달걀 같았어요. 남쪽 사막 지역의 치리바야에선 미라를 만들고, 그 사람이 입던 옷을 입혀주고 모자도 씌어주었어요. 모자 아래 얼굴은 진짜 아니고 만들어 준 거죠. 사막에선 워낙 건조하니까 미라 만들기가 식은 죽 먹기죠! 아마 안데스 사람들은 미라를 만들어 곁에 두고 살아 있었을 때처럼 함께 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치무의 멋진 금 장식품들에 감탄하면서, 치무를 무너뜨리고 강력한 제국을 만든 잉카에 도착했습니다. 태양신 인티의 아들 망코 카팍과 딸 마마 오크요가 결혼해서 나라를 세울 때는 11세기 말로 추정하지만 역사에서는 제 9대 파차쿠텍 시대인 15세기 중반부터 스페인의 피사로에게 멸망당한 1533년까지를 잉카 제국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을 합쳐놓은 것 같은 왕이지요.


하지만 잉카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하였어요. 스페인의 피사로가 끌고 온 고작 180명의 군대에 짓밟히고, 마지막 잉카, 아타우알파는 화형당할 뻔하다 교살형으로 죽게 되어요. 잉카 사람들은 피사로가 들고 온 화승총과 철제 무기에 맞서 곤봉과 볼라로 맞섰죠. 쿠스코는 피로 물들었겠지요?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곁에 두고 숭배하는 잉카 사람들에겐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을까요?


스페인은 왜 잉카를 빼앗아야 했는지 우리가 비록 3학년이지만 묻고 싶어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로 만든 도시이자 신전, 마추픽추를 남긴 잉카 사람들에게 꼭 그래야 했을까요?
우리가 그 답을 찾을 땐 세계에 진정한 평화가 올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문명이 있어요. 잉카처럼 멋진 문명들엔 각자의 소중한 노력과 영혼이 담겨 있다는 것을 화정 역사팀은 배우고 떠납니다.
안녕, 반갑다! 잉카야! 

                                                                                                 글  하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