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선생님 어제 사극을 봤는데요. 궁궐에서 쓰는 말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왕비를 중전마마라고 부르던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우미래 선생: 그래. 숙제는 안하고 TV를 봤단 말이지? 흠흠. 그러나 기특한 의문을 가졌으니 용서해주마. 중전이라는 뜻은 가운데에 있는 전각을 말한단다. 전각이란 건물 중에서도 왕이나 왕비가 머무는 아주 격이 높은 건물을 말하지.

꾸러기
: 아니, 건물을 말한다구요?

우미래 선생
: 궁궐에서 사는 왕이나 왕비 혹은 그밖의 중요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건물에서 살았단다. 왕이나 왕비는 부부지만 각자 살았지.단지 방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 아예 담을 두르고 떨어져 살았단다. 그래서 왕이 일을 하는 곳과 쉬는 곳이 달랐고 왕비가 머무는 곳도 달랐던 것이야. 그 중에서도 왕비의 전각은 궁궐 깊숙한 곳 중심에 있어서 왕비가 머무는 곳을 중전이라고 한거야.

꾸러기: 그런데 사람을 왜 건물로 불러요?

우미래 선생
: 우리 조상들은 사람을 부를 때 직접적으로 이름이나 직책으로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그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빗대어 부르는 것이지. 세자를 부를 때도 동궁이라고 부르지 않던?

꾸러기
: 맞아요!

우미래 선생
: 동궁은 동쪽 궁궐이란 뜻이야. 동쪽에서 해가 뜨잖아. 세자는 다음 왕이 될 사람이니 뜨는 해로 볼 수 있지. 그리고 한참 자라고 영글어야 할 세자가 생명의 기운을 받고 쑥쑥 자라라는 생각에서 세자의 궁은 궁궐의 동쪽에 만들었단다. 그래서 세자를 동궁이라고도 부르는거야.

꾸러기:
아하! 난 동쪽 방은 싫던데. 일요일 늦잠을 자려해도 해가 일찍 비쳐서 이불을 뒤집어 써야 되거든요.

우미래 선생: 으이그~ 여하튼 사람을 부를 때 이외에도 우리 조상들은 어떤 단어들을 장소로 대신해서 표현하곤 해단다. 너 사극 볼 때 신하들이 왕에게 "이 나라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소서!" 라고 하는 말 못 들었니?

꾸러기
: 아! 들었어요. 들었어!

우미래 선생
: 거기서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고 사직은 농사의 신인 사와 곡식의 신인 직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란다.

꾸러기
: 제사 지내는 곳이라구요? 아니 제사지내는 곳을 왜 생각하라구 해요?

우미래 선생
: 왕들에게 제사 지내는 종묘는 조선이 하늘의 명을 받아 왕에서 왕으로 이어오는 나라 임을 나타내 주는 곳이고 사직은 왕이 백성을 잘 먹여 살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내 주는 곳이니 바로 조선 자체를 나타내 주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꾸러기
: 아참~ 거 피곤하네요. 그냥 나라를 생각하라고 할 것이지. 원.

우미래 선생
: 하하. 사극을 보다가 "이 나라 조정을 어지럽히고" 라는 말도 자주 나올거야. 조정은 궁궐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치뤄지는 정전 앞에 있는 뜰을 말하는 데 왕과 신하가 한달에 네 번 큰 조회를 그곳에서 선단다. 왕과 신하가 있는 곳에서 정치가 이루어지겠지? 그래서 그 앞마당을 뜻하는 조정은 정치란 말을 뜻하는 것이지.


꾸러기: 흐흐 생각해 보세요. 우리 엄마가 "꾸러기, 너! 누나랑 매일 싸워서 집안을 시끄럽게 할거니?" 라는 말대신 "문간방! 너 건넌 방과 매일 싸워서 거실을 어지럽힐 거니?"하면 정말 웃기겠는데요. 흐흐흐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