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선생님-아! 드디어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왔네.
꾸러기-돌아오다니 어디 갔었어요?
우미래선생님-그래,프랑스에 갔었지. 꾸러기! 뉴스도 안 보는구나. 요즘 연일 뉴스에 나왔는데.
꾸러기-흠~ 뉴스요? 제가 TV를 볼 새도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시간이....
우미래선생님-오호! 그럼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나 볼까나?
꾸러기-허걱!
우미래선생님-정조 때 설치한 기관으로 왕의 글이나 글씨 등을 보관하는 도서관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책을 직접 펴내기도 하고 학자들로 하여금 학문 연구도 하게한 곳을  무어라 하지? 정조는 이곳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개혁정책에 힘을 실어줄 사람을 모았지.
꾸러기-그 그 글쎄요. 지입...현전?
우미래선생님-호호호, 비슷하기는 하구나. 규장각이란다.

동궐도에 그려진 주합루(1층이 규장각이었음) 모습과 현재의 주합루 모습

조선 초기의 집현전과 규장각은 비슷한 역할을 했지^^ 규장각은 대한제국과 일제시대를 거치며  궁내부로, 이왕직도서관으로, 조선총독부로 경성제국대학으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그 도서를 관리하고 있단다. 창덕궁에 있는 주합루의 1층이 정조 당시 규장각이 있던 곳이야.
꾸러기-아하! 그러니까 외규장각은 바깥에 있는 규장각이고 역시 책을 관리하고 있었겠네요.
우미래선생님-아쭈~ 한자 공부 좀 했는데! 맞아, 맞아.
꾸러기-으흐흐. 아는 것이 힘이니까요. 그런데 책이 무지 많았나보죠? 궁궐 바깥에 외규장각을 지은걸 보니.
우미래선생님-흠, 네가 생각하는 궁궐 바깥은 어딜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바깥은 바깥인데 좀 많이 바깥이다. 강화도에 있었으니.
꾸러기-가앙화도요?
우미래선생님-그래. 강화도는 고려 때 몽골이 침입해오자 수도를 옮길 정도로 안전하다고 생각된 곳이잖니? 섬인데다가 수도인 개경이나 한양과도 가깝고. 
그리고 외규장각을 만든 것은 책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한 곳에 두었다가 불이 나거나 외적의 침입이 있거나 홍수가 나거나 등등의 일로 책이 손상될 때를 대비한 것이지. 그래서 실록이나 의궤 등은 같은 것을 여러권 만들어 나누어 보관한거야.
꾸러기-오호~ 머리가 좋은데요. 그런데 의궤가 뭐예요? 책이 든 궤짝인가?
우미래선생님-의궤는 왕실이나 나라의 행사를 그 준비부터 끝낼 때까지의 모든 순서와 과정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린 것이지. 행사에 어떤 기술을 썼는지 몇명이 일했고 어떤 물건들을 사용했는지 누가 상을 받았는지까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행사 장면을 그림으로도 그렸단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잘못되면 책임도 물을 수 있고 혹시 비용이 지나치게 들어간 곳은 거울 삼아 절약할 수도 있지 않겠니?
꾸러기-오키!


우미래선생님-의궤는 임금님이 보실 것과 그냥 보관할 것을 따로 만드는데 임금님께 보고할 것을 어람용이라 하고 따로 보관할 것을 분상용이라 했단다. 외규장각에는 이런 어람용 의궤도 보관되었단다. 그것 뿐 아니라 외규장각에는 역대 왕들의 글이나 글씨, 도장, 왕실의 족보, 그림 등도 보관되었어. 왕실 자료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관하려고 한거지.
꾸러기-우와! 그렇구나. 그런데 어람용은 뭔가 달랐겠죠?
우미래선생님-그렇지! 종이도 초주지라는 고급 종이인데다 해서체의 멋진 글씨로 써서 가장자리에는 붉은 선을 둘렀지. 표지 역시 고급 비단으로 싸서 놋쇠물림을 하고 둥근 고리로 박고 동으로 만든 국화 같은 것으로 장식도 했으니 참으로 호화롭단다.

꾸러기-그런데 그렇게 멋진 책이 어디에 있었다구요?
우미래선생님-응,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었지.
꾸러기-아니, 왜요?
우미래선생님-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를 핑계로 프랑스군이 쳐들어 온 사건이 있는데 기억하니?
꾸러기-으...혹시 벼 병인양요?
우리래선생님-옳지! 프랑스의 로즈제독이 이끄는 3척의 군함이 쳐들어와서 자기네 선교사를 죽인 책임자를 처벌하고 자기네 나라에 나라의 문을 여는 조약을 맺자고 요구했단다. 프랑스군은 강화의 갑곶진으로 공격해 들어와 강화성까지 점령했지. 그 강화성에 외규장각이 있었어.

꾸러기-그러니까 거기서 훔쳐간거군요!
우미래선생님-그렇지! 프랑스군이 강화성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이후 정족산성 전투에서 양헌수장군이 이끄는 우리군에게 엄청난 패배를 하거든. 그러자 화가 난 프랑스군은 강화성 곳곳에 분탕질을 하고 다녔는데 이때 외규장각의 도서 중에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들을 훔치고 나머지는 불태워버리고 돌아갔단다. 이때  은괴도 19상자나 가지고 갔지.
꾸러기-으으, 분하다.

강화성으로 들어가는 프랑스군 모습

강화도 고려궁지에 복원된 외규장각 건물
우미래선생님- 그러다가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직원으로 있던 박병선 박사가 이 도서관에 우리나라 도서가 있는 것을 발견한 거란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훔쳐간 것이 분명한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계속해서 반환을  요구했지.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박병선 박사
꾸러기-1975년에 발견했다며 이제야 돌아왔어요?
우미래선생님- 그러게~1993년 우리나라 고속철도 건설 때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자신들의 기차인 테제베를 팔려고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 권을 가지고 와서 마치 외규장각 도서 전체를 반환할 생각이 있는 것 같이 했지.
꾸러기-그래서 그 기차를 샀어요?
우미래선생님-그래. 하지만  약속한대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2000년엔 다른 문화재랑 교환하는 형식으로 하기로 협상하자고 했고 그 협상마져도 질질 끌면서 여태까지 온거야. 결국 반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빌려주는 방식인 오랜 기간 빌려주는 장기 대여방식으로 돌아오게 되거란다.
꾸러기-우리 것을 우리가 가져오는데 왜 빌린다고 해요?
우미래선생님-그렇지, 그러나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 주려면 프랑스의 법을 고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가 프랑스가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다른 문화재와도 연결된 문제라 간단하지 않단다. 돌아온 형식이 몹시 맘에 들지 않지만 여하튼 145년만에 외규장각 도서가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니?
꾸러기-우와~ 정말 그렇군요. 선생님 그런 과정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쬐-끔 부끄럽네요.
우미래선생님- 그래, 알아야 지킬 수도 있는 거란다.
꾸러기-서언생니임~ 또 기나긴 충고를 곁들이시려고 그러시죠? 그러면 그나마 받은 감동도 없어진다구요.
우미래선생님-호호호... 이제 아주 내 속으로 들어오는구나. 알았다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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