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회 5-2    3. 우리 겨레의 생활문화    1) 조상들의 멋과 슬기




‘지 게’


-조상들의 슬기가 녹아있는 농기구-


글: 겨울사과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한옥마을이나 민속촌 등에 가면 외국인과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물건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익숙한 물건인데 그들에겐 마냥 신기한 가 봅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깨에 져보고 사진도 찍어보곤 합니다.


바로, 요즘에도 농촌에 가면 볼 수 있는 농기구인 지게입니다.

지게는 나무로 모양을 짜서 짐을 얹은 다음 사람이 등에 지고 다니는 우리나라 고유의 운반도구 중의 하나입니다. 주로 곡물이나 나무, 거름 따위를 얹어 운반하는데 쓰였죠.


▶ 짐을 옮기는 방법도 가지가지!

옛날 우리 조상들이 짐을 옮겼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조금 넓은 길에서는 수레를 이용해서 짐을 옮기고, 논두렁 같은 좁은 길에서는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남자들은 등에 지는 방법으로 주로 짐을 옮겼습니다.

등에 짐을질 때는 맨 등보다는 주로 지게를 이용했습니다.


▶ 언뜻 보면 엉성하지만 숨겨진 과학이....

19세기말 지게로 짐을 운반하는 것을 본 많은 외국인들이 지게의 과학적인 원리에 많이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그후 한국전쟁 때 군수물자를 나르는데 빼어난 실력을 가졌던 지게의 효용성에 감탄한 미군들에 의해 지게가 외국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지게 모양이 마치 ‘A’처럼 생겼다하여 ‘A frame’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지게는 어깨와 등에 걸쳐 몸 전체에 무게를 고르게 전달하여 크고 무거운 짐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만든 운반 도구입니다.

지게 작대기로 지게를 받쳐 놓았을 때에는 무게 중심을 작대기가 받지만, 지게를 등에 졌을 때에는 사람의 등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게 됩니다.

밀뼈(멜빵)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지게 윗부분(새고자리)을 손으로 잡아 무게 중심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거운 짐일 경우엔 지게의 다리가 훨씬 올라간 지게를 사용함으로써 무게 중심이 허리로 오게 해 하중을 줄일 수 있죠.

건장한 남자는 한 지게에 50∼70kg의 짐을 싣는다고 하니, 다리가 지탱할 수 있는 한 엄청난 짐을 운반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때문에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지게를 두고 우리 민족이 발명한 가장 우수한 운반기구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게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지게의 구조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가지가 약간 위로 뻗은 ‘ㅏ’자 모양의 자연목(주로 소나무)을 반으로 쪼개거나 비슷한 나무 두 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사람의 어깨너비 보다 약간 넓게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세우고 양쪽 기둥을 밤나무나 박달나무로 깍아 만든 몇 개의 세장으로 연결시킵니다. 탄력을 잘 받도록 하기 위해서 못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등이 닿는 부분에는 짚으로
짠 등태를 달아 등이 아프지
않도록 쿠션역할을 하게 하지요.

처음부터 지게를 사용할 사람의 체구에 맞게 깎기 때문에, 산에서 자기 지게로
알맞을 듯한 나무를 발견하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눈 여겨 보았다가 농사일이 조금 한가한 때를 이용하여 지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게의 기둥 나무들이 뒤틀리지 않고 균형을 잘 잡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고 중요한 일이었다고 하네요.





▶ 지게의 짝꿍들 - 작대기와 바소고리(발채)


지게를 지탱하고 있는 기다란 나무를 지게 작대기라고 하는데 그 쓰임새가 아주 많습니다.

지게를 세울 때는 버팀목으로, 이동 중에는 지팡이로, 산길에서는 풀숲을 헤쳐 나가는 길잡이로 사용되었지요.

그뿐인가요? 팔이 닿지 않는 나뭇가지를 꺾을 때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었고 뱀이 나타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훌륭한 무기도 되어 주었답니다.





주로 싸릿가지를 엮어서
만드는 바소고리(발채)는
부피가 작은 짐들을 실어
나를 때 유용하게 쓰인
도구입니다.

필요할 때는 지게위에 펼쳐 얹어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어서 걸어놓거나 선반 위 등에 올려서 보관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쓰는 지게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게를 ‘조센가루이’ 또는 ‘조센 오이코’라 부르며 대마도에서는 우리 이름 그대로 ‘지케’ 혹은 ‘지케이’라고 부릅니다.


▶ 정겨운 지게의 추억

제가 자랐던 고향도 지금은 도시적인 모습으로 개발이 되어서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됐지만, 아주 어릴 적 가을 추수가 얼추 끝나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올 무렵이면, 당신 몸보다 훨씬 커다란 나뭇짐을 지게에 싣고 뒷산을 내려오셔서 나무 광을 채우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나무광과 야트막한 울타리 한 켠에 나무가 가득 가득 쌓이면, 아버지의 지게도 가늘지만 힘센 팔뚝같은 가지를 드러낸 채 한쪽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시 분주해질 봄날을 기다리며 한겨울 농한기 짧은 단잠을 청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치 움 땅속깊이 묻힌 항아리 속에서 갖가지 김장김치가 익어가고, 곳간에는 가을에 추수한 곡식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겨울 동안 방을 덮혀 줄 땔감마저 제자리를 찾고 나면 농촌의 겨울 준비는 끝이 납니다.

그때에 부모님들이 느끼셨을 마음의 여유로움과 풍요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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