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마누라 삼고, 학을 자식 삼아서 살지는 못할지라도
봄을 알리는 매화 구경은 가야지요.
김용준의 <근원수필>에서 '매화'를 읽었습니다. 
하루 종일 글이 머리에서 맴~맴 돌고,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코 끝에서 매화의 향기가 떠나지를 않는 것 같아서
숨을 조심스럽게 쉬었습니다.

 
<근원수필 - '매화' 중에서>
...
매화의 아름다움이 어디 있느냐구요?
세인이 말하기를 매화는 늙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늙은 등걸이 용의 몸뚱이처럼
뒤틀여 올라간 곳에 성긴 가지가 군데군데 뻗고 그 위에 띄엄띄엄 몇 개씩 꽃이
피는 데 품위가 있다고 합니다.

매화는 어느 꽃보다 유덕한 그 암향이 좋다고 합니다.
百花가 없는 빙설 속에서 홀로 소리쳐 피는 꽃이 매화밖에 어디 있느냐 합니다.
혹은 이러한 조건들이 매화를 아름답게 꾸미는 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매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실로 이러한 많은 조건이 필요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를 대하매 아무런 조건 없이 내 마음이 황홀해지는데야 어찌하리까.
매화는 그 둥치를 꾸미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 자라고 싶은 데로 우뚝 뻗어서
피고 싶은 대로 피어 오르는 꽃들이 가다가 훌쩍 향기를 보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제가 방 한구석에 있는 체도 않고 隱士처럼 겸허하게 앉아 있는 품이
그럴 듯합니다. ...


거리를 걷다가, 혹은 산책을 하다가 주변을 유심히 보세요.
매화가 피었습니다. 숨을 고르게 쉬면서 매화의 암향을 즐기세요.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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