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간송미술관의 도석화전을 보며 가을을 보내고, 마음의 산란함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유없는 착찹함과 불안함,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욕심과 분노 등......
간송미술관의 이번 전시회는 차분하고 조용했다. 지난해의 바람의 화원과 같은 바람이 일지는 않았다. 
 
 2층 전시실에 올라가니 '염불서승도 - 염불하며 서방정토로 올라가다'가 있다. 
 절실하게 보고 싶은 그림이었다. 합장을 하고 마음으로 반야심경을 읇으며 한참을 본다. 정갈하게 깎은 노승의 뒷모습이 앙상해 보인다. 연꽃과 연잎으로 장식한 구름 방석은 탄탄하게 노승을 받치고 있고, 흰구름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노승의 머리를 감싼 두광이 노승의 깨달음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노승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입을 가볍게 다물고 눈을 반쯤 감은 상태에서 아주 약한 호흡에 맞추어 염불을 하고 있을 것이며, 그의 얼굴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평안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푸르른 하늘 빛이 엷게 퍼져있다. 깨달음에 도달한 노승이 가는 서방정토 길은 저토록 평안한 것일까.

 
모든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맑은 가을 하늘도, 간송미술관에 전시회를 보러 올 수 있도록
건강한 것도, 오늘 이자리에서 '염불서승도'를 본 것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합장을 하고 한 걸음 
물러나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곳 저곳을 다닌 후 간송미술관을 나온다. 

 "마하반야바라밀 - 큰 지해로 저 언덕에 건너가세. 함께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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