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귀여운 석수들

글: 하늬바람~

태종 11년(1411) 어느 날 한 석수장이는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한 조선 3대 왕 태종의 명을 받자와 창덕궁 들어가는 입구 금천교의 돌짐승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석수장이는 어떤 석수를 만들까 궁리를 했습니다. 임금님 근처에 잡귀는 물론 어떤 잡스러운 기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할 텐데…….

정을 쪼고 또 쪼아 심혈을 기울인 끝에 다리 난간 네 귀퉁이를 지킬 무서운 돌짐승 네 마리가 탄생하였습니다. 그 돌짐승들은 금천 다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금천교 바깥 왼쪽 석수

금천교를 지키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야. 창덕궁에도 경복궁처럼 임금님 사시는 신성한 영역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는 걸 늘 똑똑히 알도록 금천교를 두었지. 다리 건너와 다리 바깥은 딴 세상임을 모두 알아야 하고말고! 


      
       금천교 바깥 오른쪽 석수

그래, 맞아! 또 궁궐의 좋은 기운이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되니 우리가 잘 지켜야지. 역시 물길을 두어야 잡귀도 건너기 어려울 거야. 그리고 다리만큼은 우리 석수가 떡 버티고 전후좌우 물샐 틈 없이 지켜야 하지. 하하하!


       금천교 안쪽 왼쪽 석수

이렇게 금천을 두면 궁궐 밖에 불이 나도 임금님 계신 곳까진 번지지 않을 거야. 금천을 두고 다리는 놓는 건 참 좋은 아이디어로군. 백악의 시원한 물줄기가 이곳을 흘러가니 시원하기도 하고 말이지. 배산임수의 뜻도 살릴 수 있고……. 헌데 지금은 물이 안 흐르니 답답하군.

 

       금천교 안쪽 오른쪽 석수

그동안 이곳 창덕궁에도 변고가 많았지. 왜란 때 임금님 계신 전각이 불에 타기도 했고, 광해 임금 때 다시 짓기도 했지만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꼴도 지켜봐야 했지. 어찌 보면 돌로 만들어진 생명이라 우리가 이 창덕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터줏대감이 되었군. 우리들 나이가 벌써 6백 살이 되었네.


       금천교 다리 아래 해태

이런 이유로 태어난 석수들! 그러나 무섭기는커녕 귀여운 표정에 벙긋벙긋 웃음이 납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심심한데 좀 놀아줘잉~”
“음, 수상쩍은데 잘 감시해야지”
“어때요, 나 귀엽지 않아요?”

다소 음흉스럽기도 하고 애교를 떠는 것 같기도 하고 제법 잰 척도 하는 석수들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귀여운 석수들가지고는 안심이 안 되었는지, 다리 아래 해치와 거북이 몸에 용의 얼굴을 합체한 현무 같은 짐승을 두어 보초를 세웠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창덕궁의 금천교를 건널 때는 꼭 귀여운 석수들과 눈을 한번 맞추고 지나야겠습니다. 그게 600년 동안 창덕궁을 지킨 석수들에 대한 보답이겠지요?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