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땡그라미

외국사람들과 만나서 나이를 따지다보면 같은 동양이라하는 일본에서도 사람의 나이를
세는 단위가 우리와 다르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만나이'라는게 있어서 외국에서 일반적인 '세는 나이'와 한살의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해에 태어났다해도 우리나라사람은 한살이 더 많은걸 알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눈앞의 것만 인정하는 서양과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준비단계까지도
인정하는 동양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왜 같은 일본은 서양식이냐구요?
그것은 일본사람들이 메이지유신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제도를 서양화했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은 민속박물관 일생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날수 있는 신혼방입니다.
사람의 일생에서 신혼방이 먼저 나온 이유를 알겠지요. 엄마 아빠가 만나야만 우리가
태어날수 있지요.
아빠의 정기와 엄마의 영양으로 10달동안 엄마 뱃속(태)에서 성장을 합니다.
우리가 만나이 1살을 만들게 되는 바탕이기도 하고 일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즉 비록 바깥세상에 형태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엄마뱃속에서 10달을 지내는 동안 태아(태속에 있는 아이)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준 탯줄을 생명줄이라 여겨 왕실에서는 따로이 태실을 만들어 명당에다 묻었
답니다.
태어나서 무탈히 1년을 지내면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 한해가 무사히 돌아온 기념으로
돌잔치도 해 주지요.
그렇게 잘 자라서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귀여운 아이도 태어나서 그 아이가 또
결혼도 합니다.


흘러가는 세월속에서 자신도 부모처럼 늙어갑니다.
그래서 어느날 드디어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았던 이 세상을 떠나는 작별의 시간이 옵니다.
곁을 지키는 많은 자식들을 바라보며 안심하면서 부모는 결국 자식과 이별하게 됩니다.
하지만 죽음이 부모자식의 마지막이 될 수는 없답니다.
해서 집안에 길게는 다섯달에서 짧게는 3일동안 부모의 시신을 모시다가 드디어 매장을
합니다. 죽은 사람이 묻힐 매장지로 가는 마지막 자가용인 상여입니다.


부모를 땅에 묻은 자식은 부모님을 오래 오래 모시지 못한것을 미안해 하며 무덤곁이나
집에 따로 움막을 짓고 3년동안의 긴 시간동안 거친옷을 입고 그 안에서 부모가 살아
계실때처럼 따뜻한 밥을 올려요.


3년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나요?

옛 어른들은 어버이가 열달을 뱃속에 품었다가 탄생시킨 후 어느정도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두어살까지 진자리 마른자리 챙겨주신 고마움을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갚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직에 있던 자식도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3년동안 무덤곁을 지키는
시묘살이를 하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갚았지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집안 제일 높은 곳에 사당을 짓거나 대청마루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모님의 이름을 적은
위패(신주)를 놓고 마치 부모님께서 살아계신듯이 매해 제사일이나 명절, 또는 집안에 일이
생겼을때마다 보고를 한답니다. 몸 뿐만 아니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네는 동양적인 사상에 근거하여 물체는 기(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이해했습니다.  
때문에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인정하여 만나이가 생기고
제사까지 지내게 된 것입니다. '여백의 미'가 '동양예술의 미'가 되듯 말입니다.

우리의 '일생'을 탄생에서 죽음까지가 아니라 뱃속에서 제사까지로 생각하는 동양적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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