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에 갔습니다.
띠풀들이 바람에 출렁이며 펼쳐져 있었죠.
한 때는 바다 속이었던 이 땅.
땅 위로 나와 또 다시 생명을 키우는 그 모습에서 장엄하게 흐르는 시간을 느낍니다.
켜켜이 시간들이 쌓였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무수한 생명들이 나고 또 죽었겠지요.
우리들처럼.
생명이 되지 못하고 굳어 화석이 되어 버린 공룡알들.
거기에도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룡알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눈망울.
그 눈빛들이 수억년의 시간 쯤은 쉽게 이겨버립니다.
부럽게도.
수억년전 그 때도 어느 연약한 생명체들이
이렇게 꿈틀대며, 길을 내며,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었군요.
보이시나요? 그 흔적들이.
우리도 꿈틀대며, 길을 내며,
그렇게 시간 속에 자국을 남기며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