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선생님: 꾸러기, 어째 오늘 기분이 안 좋구나.

꾸러기: 방 안 치웠다고 엄마한테 혼났어요. 왕이라면 방 안 치워도 될텐데 아-아 나도 옛날에
    태어 났다면....

우미래선생님: 옛날에 태어났다고 니가 왕이 됐을 지 머슴이 됐을 지 어찌 알겠니? 그리고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왕이 놀고 먹은 것이 아니란다.

꾸러기: 왜요? 다 명령하면 되는데요.

우미래선생님: 으이그~ 그렇지 않아요. 왕의 일은 만가지나 된다고 해서 왕의 일을 '만기'라고 부른 것만 봐도 왕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했는 지 알 수 있지.


꾸러기: 정말요? 뭔 일이 그렇게 많았는데요?

우미래선생님: 너 아침에 몇시에 일어나니?

꾸러기: 7시 30분이요. 졸려 죽겠어요-

우미래선생님: 왕은 해뜰 때인 5시 경에 일어난단다.

꾸러기: 흑- 그 말만 들어도 갑자기 왕이 되고싶지 않은데요.

우미래선생님: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 윗 어른께 문안인사를 올리는 것인데 지금처럼 한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궁궐 안의 다른 집에 사시니 가마를 타고 가도 시간이 걸리겠지?

꾸러기: 아! 그래도 공부는 안 해도 되잖아요?

우미래 선생님: 무-슨 소리! 하루 세번, 많으면 밤까지 네 번이나 공부한단다. 이미 세자 시절부터
   계속되는 공부지. 세자의 공부를 서연, 왕의 공부를 경연이라고 하는데 조선 최고의 학자들이
   이 서연이나 경연에 참여해서 세자와 왕의 공부를 도왔단다.


   특히 경연 때는 공부 뿐 아니라 나라의 정책도 토론해서 나라 일의 방향이 사실상 여기서 결정
   되었지. 아침, 점심, 저녁 세번 있었던 경연을 공부를 좋아했던 세종과 성종은 아주 성실하게
   참여했어.

꾸러기: 아항~ 그러니까 성실하지 않았던 왕도 있었다는군요.

우미래 선생님: 어- 그, 그러니까 연산군은 아예 경연을 폐지하기도 했다만.

꾸러기: 히히, 거봐요. 왕이니까 그럴 수 있잖아요.

우미래 선생님: 그런데 연산군이 쫒겨난 왕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꾸러기: 윽-, 그 그래도 맛난 것 먹고 맘껏 즐길 수는 있었잖아요.

우미래 선생님: 맛난 것은 먹었겠지만 아무리 맛난 것도 매일 먹으면 그리 좋지는 않겠지.
   그러나 즐기는 건 글쎄... 왕이 혹시 백성에게 폐를 끼치는 일을 할까봐 신하들은 미리미리
   왕을 조심시켰는데 때로는 도가 지나치기도 했어.


   창경궁 연지로 물이 들어가는 수로는 원래 동으로 만들었단다. 그런데 신하들이 왕이 사치를
   좋아해서라고 바꾸어야 한다고 난리였지. 성종은 그것이 아니라고 신하들을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어 그래서 이미 동으로 만들어진 수로를 돌로 바꾸었는데 물길을 만들 긴 돌을 들여오느라고
   문을 두개나 떼어야 했다는구나. 화가 난 성종은 신하들 앞에서 동으로 만들었던 수로를 부숴
   버리게 했어.
   또 왕이 음악이나 그림 등의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도 잡기에 빠지면 안 된다고 신하들은
   왕에게 호소하고는 했지.(말이 호소지 사실은 항의란다)

꾸러기: 그림도 못그린다구요?  와! 정말 스트레스 쌓였겠다.

우미래 선생님: 그래. 그래서 그런지 오래 산 왕들이 많지 않단다.
   마지막으로 저녁 문안을 올리고 일을 마치는 시간이 대략 9시쯤이니 하루 16시간 이상씩
   근무한거야.

꾸러기: 선생님, 저 그냥 방 치우면서 사는게 낫겠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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