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없어도 보물은 가득한 보원사지
글/하늬바람~
좁은 일차선 도로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넓은 절터가 있다니 다들 깜짝 놀랍니다. 가야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보원사지는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존재를 아름다운 석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오층탑을 바라보는 빨간 가방의 그녀는 누굴까?
보원사는 백제 때 처음 지어진 절인데 점점 커져 고려 때는 아주 큰 절이 되었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신임을 받았던 법인국사는 광종의 왕사였다가 나중에 국사가 되는데 법인은 당시 화엄종의 큰 스승이었지요. 선종보다 화엄종을 필요로 했던 광종은 스승을 지극히 대접하였답니다. 법인은 나이가 들자 왕성을 떠나 한적한 이곳 절로 내려왔지요. 광종은 융숭하게 배웅을 했고 자신의 스승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오늘날 우리는 고려 시대 때 만들어진 아름다운 탑과 부도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얀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당간지주 끝을 바라보기 힘들어요.
우리가 보는 당간지주보다 한 4배쯤 높은 기둥에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을 상상해 봐요. 이 당간지주는 통일신라 때의 것으로 높이는 4. 2미터이고, 보물 103호로 지정되었지요. 당간지주가 뭐냐고요?
당: 절을 알려주는 깃발이에요
당간: 당을 꽂아두는 기둥이에요. 지금은 쇠기둥만 남아 있는데(법주사) 돌기둥과 나무기둥도 있었을 거예요. 특히 나무로 된 당간이 많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세월이 흘러 썩어서 없는 거지요.
당간지주: 당간을 꽂아서 받쳐주는 돌을 말해요.
2층 기대(기단)에 당간을 받치는 간대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드물어 보물로 인정된 것 같습니다.
파란 하늘에 높이 솟은 오층탑이 날아갈 듯 비례미가 아름다워요.
하늘 높이 기품 있게 솟은 오층석탑!
고려의 탑 중에서 뛰어난 이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답니다. 보물 104호예요.
다른 탑하고 다른 점은? 하층 기단에 칸이 열둘이고 그곳에 사자를 새겨 넣었어요. 보통 사자는 부도에는 조각을 해도 탑에는 안 하거든요. 상층 기단은 8칸으로 나누고 팔부신중을 새겨 넣었어요. 그 중 아수라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오른쪽이 아수라예요.
팔부신중은 처음엔 대부분 힌두의 신들이고 말썽꾸러기도 많은데 부처님에게 감화가 되어 부처님을 지키게 되었죠. 그 가운데 싸우길 좋아하는 아수라는 늘 제석천(인드라)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제석천의 맛있는 음식을 빼앗으려고 했죠. 하지만 번번이 지곤 했어요. 그런데 제석천과 싸울 때 소리가 몹시 시끄러워서 지금도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때 아수라장이라고 하지요.
탑비가 너무 멀리 보이네요. 가까이 보면 헤 입을 벌리고 있어요.
석등인지, 석탑인지? 이것은 법인 국사 보승탑(부도)입니다.
고려 부도는 팔각원당형이 많은데 이 부도가 꼭 그렇지요? 보물 105호예요.
이 절을 일으킨 법인국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라 그런가요? 중대석 고임에는 부리부리한 용, 상대석에는 피어나는 연꽃, 몸돌 8면에는 사천왕상, 그리고 귀꽂이 치솟은 화려한 지붕돌! 뭐 하나 빠지는 게 없군요.
옆에는 법인국사의 행적을 세세히 적어 놓은 부도비도 있어요. 무거운 것을 들기 좋아하는 용의 아들 비희가 무겁지도 않은지 여의주를 문 입을 헤벌리고 천 년을 넘도록 비신과 이수를 지고 있네요.
빠질라 조심조심 돌다리도 건너요.
우리 돌다리를 건너 속세(하하하!)로 나가면
한바탕 신나는 눈 놀이를 하렵니다.
눈싸움을 해도 맞았다고 화내는 친구도 없어요.
꼬리잡기 하느라 이리저리 빙빙
손바닥치기도 훌륭한 즉석 놀이였고요
눈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도 부려봅니다.
오늘은 흰 눈밭에 뒹굴어서 좋은 신나는 서산 기행이네요.
남자 여자 편먹고 해요. 누가 이겼을까?
인왕산 호랑이와 뉴-빅뱅은 꼬리잡기 한판!
눈밭에 누우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면 찾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