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우리들도 소원을 빌어요
글/하늬바람~
시골의 밤은 빨리 와요. 저녁 숟가락 놓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둠이 사방에 내려앉았어요. 우리들은 마을 어른들이 주신 깡통을 들고 쥐불놀이 할 논(?)으로 갔습니다.
달집이 팡팡 타오르네요.
달집에 불을 붙이자 훨훨 타오릅니다.
“팡팡팡 탁탁탁!”
우리들 가슴에도 불길이 일렁이는 것 같아요.
볏가리 마을 달집은 대나무로 만들기 때문에 유난히
소리가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소리에 악귀들은 놀라 도망간다니 바보 같은 악귀들을 놀려주고 싶네요.
달집 타는 모습이 황홀해서 쳐다봐요.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에 하는 마을 행사.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나무 따위를 함께 덮어두지요. 달이 뜨는 동쪽에 문을 내고 짚으로 달을 만들어서 달집 속에 걸어둡니다. 그리고 불을 붙여 달집이 훨훨 잘 타오르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답니다. 올해 달집도 골고루 잘 탔으니 볏가리 마을에 풍년이 들겠지요.
풍물소리에 맞추어 강강수월래로 부르고 달집에 매달아둔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 빌기도 했습니다.
불이 가득한 깡통 앞에서
깡통 돌리기도 했지요. 어릴 적에 우리 마을에선 망우 돌리기라고도 했는데……. 깡통돌리기는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원심력을 이용하여 힘껏 돌려야 둥그런 불 동그라미를 만들 수 있어요. 내릴 땐 살살 힘을 빼야 빨갛게 달아오른 나무 조각이 튀지 않아요.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늘어날 때까지 쥐불놀이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난생 처음 한 오늘의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