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다리, 솔가지로 단장한 섶다리

글: 하늬바람~


아주 오래 전 은행에서 나눠준 달력에서 ‘섶다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 저기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지요.
 

    △ 넓게 판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주천강

그리고 드디어 강원도 동강의 맞은편, 서강 물줄기인 주천강에서 섶다리를
만났습니다. 꼬부랑꼬부랑 영월 산길을 돌아 주천강 물줄기가 제법 너른
들을 적시는 주천면 판운리. 솔가지로 어여삐 단장한 섶다리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 강가 억새는 누렇게 져 서걱이는데 다리를 꾸민 푸른 솔가지 빛이 선명합니다.

'섶’이 뭘까, 찾아보니 잎나무, 풋나무란 뜻도 있고, 식물이 쓰러지지
말라고 꽂아두는 막대기란 뜻도 있더군요. 둘 다 섶다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섶다리를 만들려면 먼저 다리 기둥(교각, 다릿발)으로 쓸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주로 물에 강한 물푸레나무로 기둥을 삼는다지요.
와이자(Y) 다리 기둥을 거꾸로 박고, 다릿발을 머그미로 단단히 고정을
합니다. 집으로 치면 들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못을 쓰지 않고 머그미 양쪽 끝에 홈을 파서 다릿발을 고정시킨 뒤 그
위에 상판을 깔지요. 상판은 소나무가 제격입니다. 긴 소나무를 걸쳐 놓고
새파란 소나무 가지를 양쪽으로 꽂아 단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흙을
덮습니다. 결국 섶다리는 흙다리인 셈인가요?

    △ 어쩌다 다리에서 떨어진들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섶다리는 보통 늦가을에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고, 이듬해 여름
장마에 떠내려가면 다시 놓는 식입니다.
지금 눈앞에 판운 섶다리도 올해 벌써 새로 만들었는지, 솔가지 잎이 푸르고
싱싱했습니다. 글쎄요, 판운 섶다리는 튼튼하여 2~3년을 쓰기도 한다니
지난 장마를 이겨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리 건너에서 찍은 판운 마을, 마음 따듯한 이들이 살 것 같은 마을입니다.  

판운 섭다리에 얽힌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곳에서 단종이 살던 청령포와 장릉이 멀지 않습니다.
숙종 때 노산묘가 장릉으로 추봉되고 강원도 관찰사가 참배를 하러 가던 길.
주천에 이르러 사인교와 말을 탄 관찰사 일행이 외섶다리로는 강을 건너기가
어려웠지요. 그때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쌍섶다리를 놓아 무사히 장릉을
참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영월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세조의
손에 한스럽게 죽은 단종을 한결같이 애달파하였던 듯합니다.

     △ 맑은 물, 푸른 솔가지가 어우러진 샆다리

조심조심 다리를 건넜습니다. 출렁출렁!
내디딜 때마다 은근 흔들리는 다리.
처음 걸어보는 흙다리 섶다리인지라 내 마음도 설레고 흔들립니다.

어릴 적 물놀이하다 달천강 철교 위를 지나가는 기차를 볼 때는 그 다리가
먼 세상으로 떠나는 통로 같기도 했지요.

세상을 향한 첫사랑 같은 마음을 세상의 모든 다리가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라져가는 옛 다리, 섶다리를 건너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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