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알을 화석으로 품은 고정리 갯벌

                                                                                글 • 하늬바람~

시골 정취 묻어나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도착한 고정리 갯벌.
드넓은 평원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들에게 숨통을 틔워 주는 ‘바다’ 같은 땅.
사람을 자연의 존재로 스며들게 하는 힘이 남아 있는 땅.



콧구멍을 크게 벌려 숨을 쉬고 백악기의 그 시간으로 걸어갑니다. 가을 햇살에 등때기가 뜨듯하네요.

사실 이제는 갯벌이라고 말하긴 어렵게 된 것이 퉁퉁마디, 칠면초 같은 염생 식물들보다 봄에는 띠풀, 여름에는 산조풀, 가을이 깊어지면 갈대 같은 육지화를 보여주는 식물들이 우점종으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땅에 조그만 구멍들이 송송 뚫려 갯가 생명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수많은 구멍들 중엔 깡충깡충 길 안내하는 좀길앞잡이 집도 있겠지만 개흙을 동그랗게 밀어낸 걸 보면 분명 게들도 살고 있을 것입니다.



노란 갯질경이는 수줍게 웃고
붉은 칠면초는 가을을 닮아 단풍이 들었습니다.
들판의 달맞이는 제 어깨까지도 웃자라는데 갯달맞이는 겨우 무릎을 넘기는군요. 그래도 검붉은 바위틈에서 좋다고 활짝 노란 웃음을 짓습니다.

갯가 식물들은 이렇듯 키가 작고 잎이 두꺼워 통통한 것이 특징입니다. 거센 해풍과 모래에서도 잘 살아가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우리들의 눈엔 ‘겸손’으로 비쳐집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갈대꽃이 바람결에 출렁이겠지요.

백악기 시절엔 공룡들이 노닐던 강가였을 이곳이 오랫동안 바다 속에 존재를 감추어왔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시화호로 인해 갯벌로 그 모습을 드러냈지요.
그리고 다시, 점차 띠풀, 산조풀이 자리를 차지하는 ‘그냥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로 자신의 운명이 휘둘리는 것을 이 갯벌은 어찌 생각할까요?
송산 그린 시티니 하는 개발 바람이 왜곡되어 이곳까지 불지 않기를,
평화로운 공룡들의 고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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