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그 사람이라지요, 집도 그 사람입니다
글 / 하늬바람~
나 혼자 보기 아까워 올 가을 사진첩에 남은 사진 몇 장 함께 나누려구요.
사진 찍는 솜씨가 영 젬병이라 기실 그림이 어쭙잖긴 합니다.
솜씨 없는 가운데에도 그날 섬진강 가
풍경이 눈시울까지 그리움으로 꽉 차오르는 것처럼
사진 어딘가에 우리 모두의 무연한 그리움을 담고 있지는 않을까요?
김용택 선생님의 집입니다.
퇴임 후 선생님은 아내와 아이들과 전주에 살고 있고 팔십이 넘으신 어머니가
이 집을 지키고 계신데 오늘은 안타깝게도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군요.
얼른 나으셔서 닫힌 저 방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관란헌(觀瀾軒)’이군요.
관란헌은 퇴계 선생이 도산 서원에 함께 지은 농운정사의 건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낙동강 푸른 물을 바라보며 그 흐르는 물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관란헌’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요.
퇴계와 그 제자들처럼 김용택 선생님도 여기 관란헌에서
섬진강 흐르는 물을 건너다보며 온몸으로 시를 썼을 것입니다.
학문 하듯이 시를 썼을 테지요.
시인처럼 마을 앞 섬진강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마리가 연분홍 밥알을 터트리며 수줍게 웃습니다.
억새풀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진메마을 이름처럼 긴 산을 따라
시냇가를 휘덮습니다.
시인의 시 속에 ‘그리움’이 철철 넘쳐나는 그 까닭
몸뚱이가 먼저 알아채겠습니다.
그러다 눈길이 머문 곳은
글에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듯이
집에도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방금 집을 나가신 듯 반질반질 깨끗이 갈무리 된 알밤
마치 아침나절에 주운 것 같습니다.
담쟁이덩굴 단풍 드는 낮은 담엔 이웃집으로 건너가는
문, 따숩네요.
담장에 기대어 핀 상추꽃
시멘트 틈 흙에 웃자라
어여쁜 꽃 핀 줄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피었습니다.
시인의 마을 산길에 곧 지천으로 필 감국, 산국의 향기와 빛깔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섬진강 소박한 물처럼 그렇게 핀
상추꽃이 저는 좋았습니다.
상추꽃이 시인의 마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