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하루


                                                                                                       글/하늬바람~



하루


                                                                                      김용택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환하게 열리는 산

환하게 열리는 물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건넜지요.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은 섬진강의 상류입니다.

강이라기보다 시내에 가까운 이 강 바닥은 죄다 암반이지요.

오랜 세월 디뎠을 징검다리는 반질반질 윤이 나고 튼실합니다.


강을 옆에 두고 걷는 길에 밤송이가 후두둑

갈 길이 더디어집니다.

쑥부쟁이는 무더기로 피어 발길을 아예 붙잡고 늘어섭니다.


진메에서 천담마을을 지나 구담에서 내룡마을로 내려가는 고샅길

넓은 논도 밭도 없는 이곳에 어찌 들어와 살았을까

싶은 산골마을.

주렁주렁 붉은 감처럼 사연도 주저리주저리 맺혔을 것 같은

그런 마을입니다.

이제 여기가 끝이지 싶은데 이 고샅길을 내려가면


내룡마을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그 세상을 이어주는 것은 우람한 징검다리뿐

진메에서부터 말발굽처럼 굽이쳐 돌아온 강물은

더욱 깊어져 깊이를 알기 힘들어집니다.

강은 더 크기를 키웁니다. 하동포구를

지나 먼 바다로 가기 위하여 누가 부려놓고 갔는지

알 수 없는 돌덩이마저 품고서


장구목의 일명 요강바위

장구목은 이제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입니다.

얼마 안 걸었는데 임실에서 순창으로 넘어섰지요.

장구의 목 같다 하여 장구목인 이 마을 사람들은

가운데가 움푹 팬 요강바위를 수호신처럼 여겼습니다.

한번은 15톤이 넘는 이 바위를 잃어버리고

경기도 광주 야산에 숨겨놓은 걸 결국 되찾아가지고 왔더랍니다.



다시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입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의 물살이 저 바위들을 씻고 깎았기에

움푹 패었을까요?


 

여기서는 수십만 년의 시간이 돌덩이 하나로, 순간 멈춥니다.

‘존재’의 아름다움

여기 있는 사람도 귀하디귀하다 마음에 새겨봅니다.

섬진강! 그 강은 시인의 시처럼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하여

하루 종일 산만 보다 물만 보다 왔습니다.

그래도 하나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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