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에서 만난 돌, 장승, 따스한 햇살과 바람 그리고 한줌의 위로

글: 하늬바람~

 



두모악은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조용한 마을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입니다. 두모악은 제주도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름마저 신비한 느낌을 주네요.
“이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 씀씀이가 고운데, 왜 애잔한 외로움이 묻어날까요?

 

김영갑은 사진작가입니다.
김영갑은 제주를 사랑했던 작가입니다.
그에게 제주는 자유이고, 가야 할 인생의 등대 같은 것입니다.
제주는 김영갑에게는 버거운 삶의 무게를 나눌 들판입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갤러리 두모악의 봄은 따스한 햇살과 위로를 주네요.
하얀 웃음을 활짝 날리는 국수나무꽃입니다.

 
두모악의 돌장승입니다. 제주엔 돌하르방 장승이 있지요. 이것은 돌하르방과는 사뭇 다른 장승입니다. 장승이 아니고 돌 조각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마음엔 장승으로 느껴졌습니다. 이곳 두모악을 수호하고, 어쩌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바람도 들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탄 두 장을 이어 놓은 것 같은 몸, 입을 쩍 벌리고 한없이 맘 좋은 웃음을 짓는 바보스럽지만 편안한 장승!
다른 하나는 제주도 돌하르방이 되려다 되지 못하였는데……오히려 보살처럼 느껴지는 장승!둘이 갤러리 입구를 나란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흙으로 빚은 사람들
이 조각들은 갤러리를 만들 때 함께 했던 김숙자 님의 작품들인 듯합니다. 마치 신라의 토우 같지요. 조물딱조물딱 빚어 놓은 맘씨 넉넉해 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조각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더욱 제주 사람들 같았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제주의 바람과 파도와 시간이 빚었을 돌 조각입니다.
제주의 어머니이고 제주의 민초들이 이런 표정과 마음을 지니지 않았을까요?

 

두모악은 김영갑의 사진 갤러리입니다. 그 뜰에서 제주의 돌을 만나 따스한 위로와 평화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갤러리로 들어가 김영갑을 만나야겠지요.

그 안에 제주가 있고, 제주의 흙이 있고, 오름이 있고, 구름이 있고,
그리고 바람이 있습니다.
바람은 두모악에 직접 가야, 그리고 제주의 들판에 서면 그냥 만날 수 있습니다.

 

※김영갑 작가의 초상과 마지막 사진은 블로그
http://cafe.naver.com/cfpicture/234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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