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푸른 바당을 지키는 도댓불과 연대

글: 하늬바람~

 

 
애월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고내라는 자그만 포구가 있습니다. 고내 포구를 지나 신엄리의 바닷가 언덕에 망루처럼 보이는 게 서 있네요.

 

 
언덕(일명 남뜨르) 위에는 신엄 도댓불이 있었습니다.
도댓불(道臺, 燈臺)은 제주의 옛 등대입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간 배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밝혀 주는 등대이지요. 해안에 유난히 암반이나 암초가 많은 제주에선 배를 안전하게 대기 위해 도댓불이 더 필요했겠지요?
그렇다고 서양식의 등대가 들어서기 전에 세워졌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세워진 서양식 등대는 고종 때로 1903년 인천 팔미도 등대라고 해요. 그런데 가장 먼저 세워진 제주 도댓불은 1915년의 조천읍 북촌리 도댓불이라니 아주 오래 된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도댓불은 마을마다 전기가 들어오는 60·70년대부터 밀려나서 지금은 17군데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 신엄의 도댓불도 복원한 것입니다.


등대라면 하얀 등대, 빨간 등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을 담 쌓듯이 그렇게 돌을 쌓아 민간 등대를 만들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불을 밝혔을까요?
위에다 송진이 붙은 소나무 가지에 불을 붙이거나, 생선기름이나 석유를 담은 등을 걸어두거나 올려놓아 불을 밝혔답니다. 주로 밤에 고기 잡으러 나가는 어부들이 불을 밝히고 나가서 아침에 들어와서 껐다지요.
사실 도댓불로서 유명한 것은 북촌, 자구내, 보목, 온평 포구의 도대예요. 사다리꼴도 있고, 영락없이 첨성대처럼 생긴 도대도 있는데 직접 찍지 못해 못 보여드립니다.
아쉽지만 도댓불에 대해 새로 알고 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표선면 바닷가의 소마로 연대와 등대 

더불어 연대(煙臺)는 제주의 바다를 지키는 옛 방어시설이었죠. 주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엔 3성 9진 25봉수 38연대가 설치되었죠. 그중 연대는?
해안가를 따라 설치한 봉수 겸 초소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봉수가 주로 산에 세워졌다면 연대는 바닷가에 세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위급한 상황을 알렸답니다. 표선에 있는 소마로 연대는 동쪽으로는 천미연대, 서쪽으론 벌포연대랑 수신하게 되어 있었지요. 소마로란 이름은 소떼들이 방목하던 들이란 데서 유래하였다네요.

 
도댓불과 연대!
모두 제주의 깊고 푸른 바당을 지키는 지킴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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