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부인 "네네"와 아들 히데요리

<동그라미>

 

일본의 간사이지역을 여행한다면 첫 번째로 가는 도시는 대개 오사카가 되겠지요?

오사카는 옛 부터 '천하의 부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맛난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오사카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대표주자는 아무래도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성이 될 것입니다^^

                                           오사카성의 천수각

"토요토미 히데요시".

우리에게 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주범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이지만 일본사람들, 특히 오사카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하고 고마운 인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답니다.

자, 오늘은 오사카성의 성주로 이미 너무나 유명한 히데요시 본인의 얘기보다는 그가 떠난 후 불타는 오사카성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그가 사랑했던 가족들의 얘기를 풀어 볼까합니다.

히데요시는 그 시절에는 드물게도 연애결혼을 했어요.

                                                    토요토미 히데요시

우리에게 '네네'라고 알려져 있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정실부인(본부인)이었고 히데요시가 권력의 중심에 서고 난 다음에 '요도'라는 여성을 측실(후처)로 들였습니다.

네네는 아이를 낳지 못했지만 요도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을 낳았어요. 히데요시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게 됩니다.

이 후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그 즈음에 요도로부터 두 번째 아들을 얻은 것이 '히데요리'입니다. 히데요리는 큰어머니인 네네와 생모 요도, 그리고 늦둥이 아들을 얻고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들뜬 히데요시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랐어요.

                                                           요도와 히데요리

 

 

 

 

 

 

그런데 온 일본 국토가 하극상의 전쟁에 휩쓸리고 있던 전국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최고 권력자의 첩실로 들어온 요도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오늘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사극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요도와 그녀가 낳은 아들 '히데요리'입니다.

요도는 전국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오이치'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오이치"란 이름은 일본역사에 깊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 한 생소한 이름일 수 있겠지만 그녀가 오다 노부나가의 여동생이라면, 아하! 하고 이해하기 쉬울 것 입니다. 오이치는 오빠의 정치적 계략에 의해 아사히집안과 정략결혼을 하지만 다행이 남편과의 깊은 사랑 속에서 세 딸을 낳았는데 그 중 첫째 딸이 요도입니다. 하지만 아군과 적군이 하루 만에 바꾸어지는 전국시대이니만큼 전국 통일을 꿈꾸던 오다 노부나가에게 있어 여동생은 그저 권력을 쥐는데 필요한 도구였을 뿐이었어요.

                                                           오이치   

어느 순간 노부나가의 적이 되어버린 남편이 오빠의 공격으로 불타는 성의 재물이 되는 모습을 뒤로하고 그녀는 세 딸과 함께 오빠의 또 따른 권력동지에게 맡겨지는 정치희생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혼의 시간도 길지는 않았어요. 오빠가 죽고 난 다음 권력을 쥔 히데요시는 그녀의 남편이었던 시바타를 공격하였습니다. 돌아갈 친정도 없어진 그녀는 불타는 성에서 남편과 함께 전국시대 최고의 미인으로 일컬어지던 서른아홉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답니다. 죽기 전, 그녀는 히데요시에게 편지를 써서 남겨진 세 딸을 부탁합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적군에게 사랑하는 딸들을 부탁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전해지는 얘기로는 히데요시가 오이치를 짝사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미천한 신분에다 볼품조차 없었던 히데요시에게 단 한번도 따스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오이치의 세 딸의 보호자가 된 히데요시는 큰딸 요도를 자신의 측실로 맞아들였습니다. 사람들의 얘기로는 요도가 오이치를 가장 닮아 있어서 그녀를 택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엄마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텐데 그의 부인이 된 요도는 심장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었겠지요. 더구나 친아버지의 죽음에도 히데요시가 관련이 되어 있었으니 그 고통은 아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입니다.

요도의 분노와는 다르게 히데요시는 그녀를 아주 사랑하였어요. 더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아들까지 낳았으니 얼마나 사랑스럽고 행복했을까요?

히데요시는 후계자로 내세웠던 조카를 억울한 모함으로 몰아 자결하게 만들고 어린 히데요리를 새로운 후계자를 삼았답니다.

하지만 기쁨의 시간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혼 때문이었을까요? 히데요시는 두 번째의 조선공격을 명령해 놓고 전쟁 중에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덕분에 조선은 전쟁이 끝나고, 어린 후계자만 남아있는 토요토미의 집안도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히데요시에게 간발의 차이로 최고 권력을 빼앗긴 채 때만 기다리고 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치밀한 계산속에 히데요시의 측근 세력들도 비명 속에 사라져가고 결국은 두 모자가 지키고 있는 철옹성의 오사카 성 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에 불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도망갈 곳조차 없었던 두 모자는 불길을 피해 성의 외측까지 도망가다가 결국엔 치솟는 불길의 희생물이 되면서 토요토미의 시대는 마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권력은 빼앗겼지만 그녀 모자는 영원한 오사카 성의 주인이 된 것입니다.

                                                   오사카 서쪽 성벽

                                                   
                                  서쪽 성벽 안쪽의 히데요리와 요도의 비석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불길 속으로 때로는 창칼로 목숨을 빼앗았던 히데요시는 그가 가장 사랑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죽어가는 처참한 모습들을 영혼이 되어 보았을까요?

더구나 요도처럼 엄마도 자신도 불타는 성에서 남편과 자식과 함께 고통의 생을 마쳐야 했던 두 모녀의 짧은 생을 보면서 삶이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었다면 결국 그 억울함이 내 몫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사람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과 자연환경까지도 그 자체의 고귀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이제부터라도 사람을 아끼고 물건을 절약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나의 편안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준 모든 사람들과 자연환경들이여,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