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동그라미

올해부터는 한반도의 오천년 역사를 중앙박물관에서 만날수 있습니다. 
한반도 최초의 국가, 고조선에 이어 조선실까지 개관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조선까지 일까요?
비록 13년 동안의 나라였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대한 제국이 있었는데요.

푸른 용포를 입은 이 인물은 조선을 만든 사람, 이성계입니다.


얇은 눈썹에 아랫쪽으로 흰자위가 살짝 보이는 눈매, 그리고 작은 입은 좋은 관상에서 살짝 비켜나는듯 하지만 그래도 500년 왕조의 시작을 연 태조입니다.
눈가에 햇살처럼 퍼지는 잔주름과 희끗한 수염이 나이를 가늠케하네요.
그로인해 드디어 전주이씨의 조선왕조가 시작됩니다.

선비를 최고위층에 두고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은 나라 조선, 그 아래 공업과 상업을 아울러 사농공상의 조선이 세워졌습니다.


붉은 용포를 입은 이사람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던 영조입니다.


51살의 영조는 익선관을 쓰고 양어께와 가슴에 위풍당당하게 금색의 용을 수놓은 붉은 용포를 입었습니다. 굴곡지며 살짝 구부러진 메부리코를 보면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보이는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란 용포를 입은 고종입니다.


노란 용포를 입었다함은 이제 조선이 아니라 대한제국이란 뜻이지요.
일제의 칼날에 왕비가 죽음을 당하자 아라사(러시아)공사관으로 피난을 갔던 고종은 다시 돌아와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는 일본에 의해 야금 야금 먹혀들어가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래도 우리민족에 있어 대한 제국이란 시기를 빼놓을수 없을텐데
중앙박물관에서 조선까지만 설정해 놓은것이 유감스럽습니다.

조선실 마지막에 진열되어있는 표범가죽 카페트입니다.


107조각의 표범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붉은 융으로 바닥을 삼고 그 끝에는 흰색의 오얏꽃이 조선의 국화로서 새겨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명성황후가 사용하던 카페트니 어쩌니 하면서 참 말이 많았던 유물이지요.

하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표범과 호랑이는 수호신이자 신령스러운 동물입니다.
해서 예로부터 산신령할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고 시집가는 새댁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했었지요.

















그러했던 표범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일제의 무자비한 포획 때문이었습니다.
호랑이종류가 없었던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잡은 표범가죽을 큰 선물로 여겼지요.
때로는 호랑이와 표범이 조선의 정신을 상징한다해서 더 많이 잡아 없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 표범가죽이 밟고 다니는 카페트가 되어 대한제국의 마지막 유물로 장식되어 있음 또한 유감입니다.
마치 우리가 함부로 포획, 도살해서 이땅에서 사라지게 한 것 같아서입니다.
일제의 만행이 마치 우리의 잘못인양 오인될 여지도 많구요. 
표범카페트 바닥의 붉은 융에 하얗게 박음질된 오얏꽃 문양은 왠지 일제의 총칼에 의해 짖밟힐 조선을 예견하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마저 들게합니다.

며칠후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경술국치일(29일)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의 해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경술국치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정부는 자기나라의 역사조차 선택으로
가르치게 하고 중앙박물관에서는 대한제국을 버린 한반도 5천년 역사를 전시합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선택의 폭을 넓혀서 자기네 역사조차 선택하게 했다면 과연 이 나라에 위기가 왔을때 그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마음에 편치않습니다.

불편하고 유감스런 마음이 가득한 조선실 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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