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제공 초본>
  우리의 초상화를 보면 깊은 눈이 살아있어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얼굴의 명암이 자연스러워 손으로 만져보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인품까지 가늠할 수 있는 우리의 초상화. 
 
 초상화 제작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초상화의 뒷면에 채색, 즉 배채를 합니다. 초상화를 그릴 때 앞에서 칠한 색은 여러가지 마찰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 채색이 떨어질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뒷면에 채색을 하면 화면에 밀착이 잘되고, 뒷면에 칠한 색이 드러나면서 은은하고 깊은 색상을 나타냅니다. 이와 같이 배채법은 고려불화와 조선시대의 청록산수화, 궁중기록화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비치는 기름종이, 즉 유지에 초본(밑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초상화 제작과정에서 초본에 쓰이는 종이는 요즘의 트레이싱지와 같은 기름종이 입니다. 종이에 기름을 먹여서 만든 반투명한 유지에 초본을 그리면 뒷면에 칠한 채색이 쉽게 비춰 보입니다. 그리고 유지를 사용하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초상를 다시 모사하고자 할 때 사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비치는 종이 - 유지의 사용과 숨어 있는 채색 - 배채는 초상화 제작과정에 숨어있는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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