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땡그라미

올해의 추운 겨울을 젊은 청년하나가 따스하게 녹여버렸습니다. 퓨전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달콤 쌉싸름한 멋진 왕의 모습을 보여준 김수현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덕분에 별일없었던 주중의 저녁이 반짝 반짝 빛이 났지요..

해를 품은 달이라니.. 과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역사에서 왕조시대의 왕은 태양이요, 왕비는 달로 비유합니다.
해서 왕이 있는 곳의 뒷 병풍에도 사람대신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조시대의
모든 것을 사물로 표현한 일월오악병(도)이 있지요.

동쪽의 해는 임금, 서쪽의 달은 왕비입니다. 달은 해와달리 비록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하여 해의 빛을 받아야만 밝아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필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처럼 밤에도 불빛찬란하지 않던 그 시대에 해없는 밤의 검은 밤에는 달빛이 큰 위안이자 밝음이 되겠지요..

왕조사회에의 연장은 왕의 친자에 의한 승계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남자인 왕은 여자인 왕비를 통해서(가끔은 후궁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대를 이어 왕조를 이어갈 수 있기에 해를 품은 달이란 말이 맞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임금은 하늘이 되고 신하는 땅이 됩니다.

천원지방(天圓地方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 나다)의 동양사상에 의해 하늘같은 임금은 둥근 흉배(胸背 : 등과 배에 신분을 나타내는 동물형상을 나타낸 표찰을 다는 것)를 하고 신하는 땅이라 네모난 흉배를 합니다. 하늘없는 땅이 없듯이 땅없는 하늘도 없겠지요.   

왕조사회에서도 신하없는 왕이 없으며 왕없는 신하는 없습니다. 이 또한 해와 달 같은 사이입니다.

민속박물관에서 본 모형입니다. 어떤 새신랑이 신부집으로 결혼식을 올리러 멋진 흰말을 타고 가고 있네요.

그런데 손에 든 가리개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네모난 가리개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당연히 둥근 가리개를 하고 집에서 얌전히 새신랑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하늘같은 남자가 땅을 표현하는 네모가리개, 땅같은 여자가 하늘을 나타내는 둥근 가리개.   그래서 부부는 일심동체(같은 몸, 하나의 마음)이며 이것은 음양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동양사상의 진수라 할 만 합니다.

모든 사물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너가 있어야만 하나가 되는것을 보여주네요.
해와 달, 땅과 하늘, 남자와 여자..
둘로 나뉘어져있지만 둘이 함께 있어야 하나가 된다는 귀한 교훈입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이라고 무시하지말고 우리모두 어울려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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